어렸을 때부터 뭔가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이어리나 일기는 꾸준하게 쓰는 편이었고, 지금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록을 위한 도구에 대한 관심이 요즘 들어 조금 변하고 있다. 만년필에서 키보드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기록의 도구는 만년필이었다. 동네 문방구를 뒤져서 만년필이라는 물건이 있으면, 비싸지 않은 선에서 하나씩 사서 쓰곤 했다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으로 만년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예쁘고 가늘게 써지는 좋은 만년필 한 자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큰돈을 써본 적이 없어서 좋은 만년필을 골라 놓고서도, 필기구에 큰돈을 쓴다는 것은 내 경제관념에서는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었기에 좋은 만년필을 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저렴한 만년필을 구매해서 쓰고는 했었다. 그러나 상위의 만년필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게 만년필에 빠지게 되는 계기의 일부분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에는 10만 원 내외의 만년필을 사고팔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다양한 만년필을 접해 보았다. 물론, 더 비싸고 좋은 만년필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내 만년필 선택의 기준이 적당한 가격대의 성능 좋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20만 원을 넘는 만년필은 선택지에서 제외했었다. 나의 만년필에 대한 관심은 2021년까지 계속되었다.
2022년에 들어와서는, 정말 만년필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져 버렸다. 생활과 일이 바빠지면서, 만년필을 가지고 여유 있게 글을 쓰며 펜의 느낌을 즐길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만년필보다 일상의 기록에 키보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고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기록을 위한 도구로써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그냥 입력만 하면 되는 기구일 뿐이지만, 나에게 맞는 만년필의 모양과 색깔 필기감을 찾아 헤매던 것처럼, 키보드도 나에게 맞는 모양, 크기, 디자인, 키감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만년필의 세계만큼 키보드의 세계도 꽤 넓다는 사실이었다. 친오빠 덕분에 기계식 키보드의 세계를 조금 맛볼 수 있었는데, 키보드마다 키감이 다른 것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청축, 갈축, 은축, 적축, 무접점 등의 종류부터 시작해서, 키보드의 사이즈, 키캡의 모양과 디자인, 백라이트, 블루투스, 방수 기능... 등등 정말 수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은 로지텍의 k380 블루투스 키보드이다. 블로그에도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정말 엄청나게 많이 팔린 제품인 만큼 편하고 괜찮다.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만큼 착착착 시원하게 치는 맛은 없지만, 부드럽고 빠르게 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사이즈가 작아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이동이 간편하다는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낌의 키보드가 내 취향에 더 맞는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만년필 검색을 줄기차게 했던 것처럼, 내 취향에 맞는 키보드 검색을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 있다. 키보드도 만년필만큼 괜찮은 제품은 가격대가 어느 정도 높게 형성이 되어 있어서, 이것 저것 자주 바꾸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상품평을 꼼꼼히 읽어보고 마음에 들어오는 제품이 생기면 바꾸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물론, 당분간은 지금 쓰는 로지텍 키보드를 쓸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잘 쓸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키보드가 블로그 포스팅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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